집밥 2 - 오리불고기 (1st ~ 6th version)

혼자 사는 유학생들의 식사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1. 밖에서 먹는다.
2. 집에서 먹는다.

1의 경우는 다시 다음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1) 학교 식당에서 먹는다
2) 학교 밖(일반) 식당에서 먹는다

2의 경우는 다음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1) 남이 만든다
2) 내가 만든다

(한국의 경우 배달이라는 아주 좋은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으나
외국의 경우 한인타운이 크게 형성된 대도시 근처가 아닌 이상
배달은 고작해야 피자가 끝이다. 그것도 한두번이지;;;)

나의 경우, 가뜩이나 한국에서 맛집 찾아다니는 거 좋아했던 데다
미국 왔다고, 그리고 바쁘다고 있던 입맛 잠시 숨겨놓을 수 있는게 아닌지라
특히나 스트레스 만땅 자주 받는 상황에서 
맛에 대한 집착은 더욱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골구석에서 사먹을 수 있는 것은 찾기가 참 어려운지라;;;
그때부터 열정 가득한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ㅋㅋㅋ

평소에는 국 하나, 찌개 하나, 혹은 찜이나 볶음류 해놓고 먹고,
애들 좀 왔다갈 일 있으면 뭔가 많이 해서 남겨서 또 내가 먹곤 한다. 

그런 일환으로 내가 주력으로 미는 음식 두번째인,
'오리불고기'


첫번째 버전

한국마켓에 가서 냉동 오리가슴살을 산 다음에,
어떤 양념을 해서 이것의 숨겨져있는 냄새를 잡을지
그리고 대체 어떤 양념으로 구워줘야 할지 감이 안와서
(처음 오리고기로 요리하는 것이었음)
만능 양념이라 생각되는 김치 ㅋㅋㅋ 를 넣고 볶았다.

팬프라잉을 하면, 오리고기는 정말정말 미친듯이 기름이 나온다.
이걸 잘 제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안그러면 어차피 그 기름 뱃속으로 들어갈테니;;;

너무 오버쿠킹하지만 않으면 쉽게 질겨지지도 않고
쫄깃하면서 김치볶음의 느낌을 그대로 다 느낄 수 있다.
그냥 밥도둑 중의 하나가 되었던 기억 ㅎㅎ

그래도 오버쿠킹은 피해야 하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물기 빼고 팬에 올려야 하고, 팬 달궈진 다음에 올려야 하고,
나는 약간의 다진마늘과 청주를 넣었다. 


두번째 버전



보통 오리고기와 같이 냄새가 걱정되는 종류의 고기는 
우유에 재워 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는 우유를 먹지 않는다. 아니 먹지 못한다. 
단지 요리용으로 우유를 사다 놓는 것은 좀 그러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대신, 굵은소금을 좀 뿌려서 오리고기를 문질러 주었다. 
그리고 찬물에 다시 잘 씻어낸 뒤, 
로즈마리와 타임, 파슬리, 맛술(매실주 사용)를 넣고
잘 무친(?)뒤 두세시간 재워 두었다. 

그리고 나서 팬프라잉 한 결과물.

역시나 냄새따위 없고, 물론 오리 특유의 느낌이야 살아 있지만
적어도 내다버려야 할 그런 냄새나 맛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류 요리에 많이 쓰이는 로즈마리 향이 은은해서
꽤 괜찮은 느낌이었다. 다만 살짝 소금기가 남은채로 재워진듯;;;
따로 무엇인가를 찍어먹을 필요 없이, 그냥 반찬으로 하려했던 것이었는데
밥도둑이 되어버렸다...


세번째 버전
세 번째와 네 번째는 한번에 만들어진 거라 
따로 구분하기가 좀 그렇긴 하지만;;;

일단, 약간 짰었던 두번째 버전을 뒤로하고, 
요 때는 우유가 있었다...락토스 프리 밀크;;;
내가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우유;;;

그걸로 사온 오리고기를 잠시 재워뒀다가 씻어내고,
그 중 절반을 고추장 소스에 재웠다. 
고추장, 다진마늘, 간장약간, 미림 약간, 청주 약간, 물, 설탕.

그리고 냉장고에 넣고 잠시 잊고 지내다가(밤에 재워둠)
그 다음날 점심때 꺼내서 구워먹음...

요건 거의 괜찮았음. 꽤. 정말로.


네 번째 버전
이건 세 번째 고추장과 달리, 
간장에 재워둔 버전이다. 

세 번째 버전을 하고 남은 오리고기에
간장소스를 부어 재워둔 뒤, 
(간장, 다진마늘, 청주, 미림, 설탕, 물)
역시나 그 담날 점심때 약간 꺼내서 구웠음.

이것도 상당히 괜찮았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세 번째가 조금 더 나았던 듯 하다. 

오리고기가 기본적으로 기름기가 가득한 식재료다 보니
매운맛이 없는 상태로는 그 펀치력이 약했던 거 같다. 


다섯 번째 버전


원래 오리불고기를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하면
우리 집 인근...은 아니고, 약 한시간 정도 산골짝에 들어가면
오리불고기를 하는 식당이 있다. 

한인 교포 부부가 하는 식당인데, 사이드도 맛있고, 정말 맛있다. 
가깝다면 정말 가격은 좀 세지만 매주 두세번은 들러주고픈 그런 식당;;;

그런데 정말 길도 좀 많이 험하고 그렇다. 그러다보니
이미 오리불고기에 대한 갈급함(?)은 치솟은 터라, 
어쩔 수 없이 내가 만들어 먹어야 할 판이 된 것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오리불고기에서 나오는 기름에, 
더덕무침을 구워준다. 물론 따로 더덕구이를 오더해야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 조합이 정말 만만치 않은, 그냥 흘려보낼 수 없는 그런 조합이다. 
그래서, 더덕무침까지 따로 하기는 뭐하고, 
마침 한인마트에 더덕무침을 팔길래 해본 요리.

더덕무침이 고추장 소스 기반이라, 
오리고기는 네 번째 버전인, 간장소스에 재워둔 방식을 이용했고,
거기다 나중에 더덕무침을 추가하여 볶아낸 요리이다. 

더덕의 신맛과, 오리의 구수한 맛, 짭잘한 맛이 합쳐져
역시나 보여진 완전체의 맛;;;

다만, 마트에서 더 이상 더덕무침을 판매하지 않아서
(아니면 내가 갔을때만 더 이상 없었던 것일수도)
이 버전은 이것이 유일한 시도였다.


여섯 번째 버전
지금까지의 버전들의 공통적인 단점은
비주얼이 약하다는 것(붉은 색 계통의 단색뿐이었으므로)
그리고 오리고기의 질감이 가장 잘 살아났던
고추장 양념 오리불고기가 다른 재료와 함게 궁합을 이룬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미국에는 참 많은 고추를 판다. 물론 멕시코에서 건너온 것이지만, 
그들의 매운맛은 청량고추 저리가라이다.
열을 가해도 그대로이고, 오븐에 화씨 이삼백도로 일이십분은 구워줘야
그나마 먹을 만한 결과물이 나온다. 

그렇게 하려면 팬프라잉 하는 오리고기를 조리하기가 쉽지 않아서, 
한국식 풋고추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이 경우 오버쿠킹만 피한다면 색감도 살아날 것이고
아삭한 고추의 식감도 쫄깃한 식감뿐인 오리불고기의 느낌을
분명 향상시킬 것이기 때문이었다. 

풋고추의 안쪽에는 씨가 많다. 
물론 매운맛이 없는 그런 풋고추이지만, 매운 맛 외에도
고추 특유의 알싸한 향, 특히 불규칙적인, 톡톡 튀어나오는 그런 향과 맛이
오리고기의 느낌을 방해할 것 같아서 고추 속을 다 긁어내었다. 

이렇게 되면, 고추 특유의 향과 맛이 아주 은은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오리고기 특유의 은은한 향과 맛에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오리고기는 세 번째 버전에 사용했던 고추장에 재워 둔 것을 사용하였고
고추는 위와 같이 처리한 것을 썰어 넣어 팬프라잉 하였다. 

결국은 이게 여섯 버전 중 가장 나았다. 

물론 여전히 변화에 오픈되어 있지만, 
이것을 정리해 놓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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